브랜든 존슨 시카고 시장 당선
미국 3대 도시 시카고의 차기 수장을 뽑는 선거에서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교사노조 로비스트 출신 브랜든 존슨(47, 민주, 쿡 카운티 위원) 후보가 당선됐다. 4일 실시된 시카고 57대 시장 선거 결선투표의 개표가 91% 진행된 상황에서 존슨 후보는 51.4%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선을 확정했다. 경쟁자인 폴 발라스(69, 민주) 전 시카고 교육감의 득표율은 48.6%로 집계됐다. 개표 초반엔 발라스 후보의 득표율이 앞서 갔으나 개표가 진행되면서 득표율 순위가 뒤집혔고, 두 후보간 득표율 차가 2.8% 포인트로 벌어지자 AP통신은 존슨 후보의 승리를 확정적으로 보도했다. AP통신은 존슨 후보가 민주당 내 진보 진영에 승리를 안겼다고 평가했다. 존슨 후보는 지난 2월 28일 전원 민주당 소속인 9명의 시장 후보가 경합을 벌인 1차 투표에서 득표율 21.6%로 발라스(32.9%) 후보에 이은 2위를 차지, 결선에 진출했다. 존슨 후보는 이번 선거 초반까지 존재감이 크지 않던 군소 후보 중 한 명이었으나 1차 투표에서 로리 라이트풋 현 시장(60, 민주), 헤이수스 추이 가르시아 연방 하원의원(66, 민주) 등을 제치고 2위에 오르며 '다크호스'로 급부상했고, 결선 투표에서 승리까지 이뤘다. 시카고 교사노조(CTU) 로비스트, 노조 조직가로 활동한 존슨 후보는 CTU, 전미 교사 연맹(AFT), 국제서비스노조(SEIU) 등 진보성향 노조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다. 버니 샌더스(버몬트),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연방상원의원 등 대표적인 진보 인사들도 존슨을 공개 지지했다. 경쟁자 발라스 후보가 '공공안전'을 최우선 공약으로 앞세운 반면 존슨 후보는 '인종정의'와 '노동계층 지원 강화'를 강조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이번 선거가 "시카고를 이끌어 갈 방법에 대해 상반된 비전을 가진 두 정치인의 이데올로기 대결"로 치러졌다고 해석했다. 이어 "시장 후보 9명 가운데 양 끝에 서 있던 두 사람이 결선에서 맞붙었다"며 "민주당 텃밭에서 치러진 민주당원간의 대결이었으나 상대적으로 우파 성향을 띈 유권자는 발라스에, 좌파 성향의 유권자는 존슨에 각각 표심이 끌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라이트풋 현 시장의 '전투적 리더십'이 이번 시장 선거에서 양극화된 경쟁을 촉발했다고 평했다. 선거가 첨예한 대결 구도로 진행되면서 선거자금 규모도 커졌다. 시카고 트리뷴은 결선 후보 확정 다음날인 지난 3월 1일 이후 시카고 시장 선거판에 투입된 돈은 총 2천20만 달러 이상이라고 전했다. 존슨 후보는 시장 출마 선언 이후 총 1천120만 달러, 결선 진출 확정 이후 700만 달러를 모금했다. 시카고 NBC는 존슨 후보 선거자금의 90% 이상이 교사노조 포함 진보성향의 노조 조직에서 지원됐다고 전했다. 발라스 후보는 총 1천950만 달러를 모금했는데 이 가운데 1천300만 달러 이상이 결선 진출 확정 후 모인 금액이다. 발라스 캠프는 경찰노조를 포함한 보수 성향의 단체로부터 폭넓은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선거 투표율은 33%에 그쳤다. 지난 2019년 시카고 시장 선거 결선 투표율은 33.1%, 버락 오바마 행정부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람 이매뉴얼 전 시장(현 주일대사)이 재선에 도전한 2015년 결선 투표율은 41.1%를 기록했다. 존슨 후보는 시카고 교육청 소속 교사로 일하다 노조 조직가로 변신, 2012년 교사 파업을 주도했고 2018년 쿡 카운티 위원 선거에 나서 당선됐다. 뉴욕타임스는 시카고가 범죄 급증, 인구 감소, 도심 상권 붕괴 위기 속에 새 시장을 맞았다고 전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만성화된 총기폭력, 극심한 인종별 거주지 분리, 저소득층 거주지 장기 방치에 따른 빈익빈 현상 등 시카고의 고질적 문제들은 단숨에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라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과 이 기간에 발생한 대규모의 흑인 소요사태에 타격을 입은 지역 경제가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여서 신임 시장은 무거운 숙제를 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2019년 선거에서 미국 대도시 최초의 성소수자 흑인 여성 시장 기록을 세우며 당선된 로리 라이트풋 현 시장은 4년 만에 자리에서 내려간다. 라이트풋은 전국적 관심을 끌며 취임했으나 시정 운영 능력과 리더십이 주민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을 들었다. 라이트풋 시장은 지난 2월 28일 열린 1차 선거에서 발라스, 존슨에 이은 3위(16.8%)에 그치며 결선 진출권 조차 따내지 못했다. 그는 시카고의 첫 여성 시장 제인 번(1979~1983 재임) 이후 40년 만에 처음으로 현역 프리미엄을 누리지 못하고 재선에 실패, 시카고 역사상 단 2명 뿐인 여성 시장이 모두 단임에 그친 결과가 됐다.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기자브랜든 시카고 시카고 교사노조 시장 후보 존슨 후보